2004년 한국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2011년 한-EU FTA, 2012년 한-미 FTA의 발효를 거쳐, 현재 56개국과 체결한 16건의 FTA가 발효되어 있고, 전체 교역 대비 FTA 교역 비중은 70%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약 10여 년 간 관세당국과 수입자(납세의무자) 간에는 FTA와 관련된 분쟁이 자연스레 증가하였고, 이 중 상당 부분은 원산지증명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원산지증명과 관련된 분쟁의 특징 중 하나는, 실체적 요건, 즉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 여부에 관한 분쟁보다는, 오히려 형식적 요건, 즉 원산지증명서 또는 원산지신고서의 작성주체, 인증수출자 번호 등 형식적 기재사항, 수출국 정부의 회신기한 준수 여부 등에 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관세당국은 수입물품이 협정관세 적용을 위한 실체적 요건을 구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산지증명서 또는 원산지신고서의 형식적 하자를 이유로 협정관세의 적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왔고, 대법원 역시 2020. 2. 27. 선고 2016두63408 판결에서, 원산지신고서가 인증수출자가 아닌 자에 의해 작성되는 등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수출국 정부로부터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 것이라는 회신이 있었던 이상 협정세율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부산고등법원 2016. 10. 26. 선고 2016누21916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는 등, 원산지증명서 또는 원산지신고서의 형식적 요건 준수 필요성에 관하여 상당히 엄격한 입장을 보이는 판결들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A사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B국 소재 C사가 생산한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관세를 신고납부한 후,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FTA에서 정한 협정관세 적용을 위한 경정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A사가 수취한 원산지증명서에는 기재사항 중 일부가 사후에 임의로 추가되거나 삭제된 흔적이 있었고, 관할 세관은 이를 근거로 A사가 제출한 원산지증명서를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A사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은 A사를 대리하여 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조세심판을 제기하였고,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원산지증명서의 유효성 및 원산지결정기준의 충족 여부를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협정관세의 적용 및 경정청구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의 재조사 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 또한, ‘A사가 제출한 원산지증명서는 일부 오류사항을 제외하고는 작성권한 있는 자가 작성한 것이고, 원산지결정기준 또한 충족한다’고 회신하면서, 이 사건은 A사의 경정청구가 인용되는 것으로 종결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관할 세관은 A사가 제출한 원산지증명서는 일부 기재사항 등이 사후에 추가 또는 삭제되었으므로 유효하지 않다는 당초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거부처분을 유지한다고 통지하였고, 이에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은 다시 한번 A사를 대리하여, (i) FTA는 당사국 상호간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여 자유로운 무역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한, 협정에서 명시한 예외사유가 없다면 당사국으로서는 협정관세의 적용을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ii) A사가 수입한 물품이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사실은 명백한 점, (iii) 원산지증명서 상의 일부 기재사항이 사후적으로 작성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수정,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원산지결정과는 관련이 없는 경미한 사항에 불과하고 다른 부속서류 등에 의하여 충분히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산지증명서의 효력 자체를 부인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 (iv) 최근 선고된 위 대법원 판례의 사안은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를 달리하여 그대로 원용하기 어려운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고, 법원은 저희 법무법인(유)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A사가 제출한 원산지증명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후, 협정관세의 적용을 거부한 관할 세관의 거부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원산지결정기준 충족이 확인된 수입물품에 대해서까지 원산지증빙서류의 일부 하자를 이유로 협정관세 적용을 거부한 관세당국의 부당한 처분을 취소시킴으로써, 관세당국이 수입물품 원산지의 실체적 요건에 중점을 두지 않고 원산지를 확인하는 수단에 불과한 원산지증명서라는 서류에 집착하는 경향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