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은 부동산 PF사업에서 시공사가 약정된 기한 내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부동산신탁회사가 시공사의 책임준공기한 이후 신탁계약에서 정한 별도의 기한까지 보충적으로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구조의 신탁상품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건설경기 악화와 중견 시공사들의 부실이 이어지면서 결국 신탁사가 고유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여 준공은 하였으나 약정된 기한은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대주단이 신탁계약상의 신탁사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에 관한 문언을 근거로 신탁사에 대출원리금 전액과 연체이자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였고, 최근 법원이 이러한 사건들에서 대주단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연이어 선고하면서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에 관한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 범위가 부동산신탁업계의 중요한 법적 현안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신탁사는 신탁계약에 따라 시공사가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29개월 내에 건물을 준공하지 못하면 신탁사인 피고가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35개월이 되는 날까지 준공을 완료하여야 하는 보충적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였습니다.
한편, 신탁계약 상 시공사는 자신의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차주의 대출원리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여야 하며, 신탁사인 피고가 그 이후 정해진 기한 내에 보충적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해 대주에게 발생한 손해(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배상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
결국 피고가 보충적 책임준공기한까지 건물을 완공하지 못하자 Tranche C 대주인 원고는,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은 실제 손해의 발생 여부나 그 범위와 상관없이 피고가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기로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이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미리 정한 약정인지, 아니면 피고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 미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통상적인 손해배상조항인지 여부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먼저 신탁계약상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에 관한 조항 및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에 관한 신탁사와 대주단과의 계약 교섭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 상의 괄호안의 문구에 관한 협상 경위를 상세하게 제시하면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라는 문구를 기재한 것은 실제 손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항목을 예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대출원리금 전액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 사건 신탁계약 상의 주된 또는 보충적 책임준공의무의 위반과 관련하여 시공사의 책임(차주의 대출원리금 채무를 직접 병존적으로 인수)과 신탁사인 피고의 책임(손해배상)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계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만약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초부터 신탁사인 피고에게도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부담시킬 의사였다면 시공사와 동일하게 손해배상이 아닌 병존적 채무인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장 간명하였을 것이며, 이와 같이 시공사에 대해서는 채무인수책임을 부담시키면서 피고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킨 것은 피고의 책임을 실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을 대출원리금 전액에 대한 지급의무로 해석하면 이는 분양 부진·사업 실패 등에 따른 사업성 리스크까지 모두 피고에게 이전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신탁업자의 손실보전·이익보장 등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상의 강행규정과 충돌할 뿐만 아니라, 대주단은 상대적으로 사업 리스크가 큰 부동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여하는 대신에 그만큼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준공기한을 맞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신탁사인 피고로부터 대출원리금 전액을에 회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책임준공 제도의 본래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법무법인(유) 세종은 금융감독당국이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에서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하여 대출금융기관이 직접 입은 실제 손해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온 점 및 「책임준공확약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 역시 대출원리금 상환 자체를 약정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점도 제시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이 사건 조항이 실제 손해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도록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원고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한 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법원은 책임준공기한이 도과하였지만 실제로 준공이 이루어진 이상 원고는 준공된 건물에 대한 우선수익자로서 여전히 대출금의 회수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실제 손해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책임준공이 이루어졌을 경우 원고가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과 실제로 준공이 지연된 상황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검토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이러한 실제 손해의 발생 및 액수를 충분히 주장·증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3. 시사점
이 사건은 최근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계약과 관련하여 대주단의 청구를 인용한 여러 선행 제1심 판결들과 달리, 신탁사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 위반만으로 미상환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에 대한 지급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책임준공의무 미이행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실제 손해가 주장·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최초의 신탁사 승소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의 거래구조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 도입 배경 및 취지, 대주단과의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에 관한 문구 수정·협상 과정 등을 광범위하게 추적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실제 손해의 배상책임을 정한 조항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해당 판결은 향후 유사한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 사건에서도 신탁사의 보충적 책임준공의무가 도입된 배경과 취지를 충실히 설명하고, 구체적인 계약 협상 과정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적하여 변론을 진행한다면 이전의 선행 사건의 판결들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이 기존 선행 판결들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현재 여러 부동산신탁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책임준공의무 관련 소송의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향후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 관련 분쟁에서는 책임준공의무 위반 사실 자체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반으로 대주단에게 어떠한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그 손해가 책임준공 지연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그 손해액이 얼마인지가 핵심적인 심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