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하,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개정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이 2026. 3. 12. 시행되었습니다. 지난 3. 6.자 뉴스레터를 통해 개정 헌재법에 따른 재판소원 제도를 소개하였고, 4. 7.자 뉴스레터4. 29.자 뉴스레터에서는 해외 입법례와 재판소원 인용사례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재판소원 절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제도와 결정례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를 통해 사전심사를 진행합니다(헌재법 제72조 제1항). 지정재판부는 일정한 경우에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소원을 각하할 수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된 본 재판부에 회부합니다(동조 제3항, 제4항). 

이때 지정재판부가 헌법소원을 각하할 수 있는 사유로는, ①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이 청구된 경우(제1호) ② 헌재법 제69조에 따른 청구기간이 지난 후에 헌법소원이 청구된 경우(제2호) ③ 헌재법 제25조에 따른 대리인의 선임 없이 헌법소원이 청구된 경우(제3호) ④ 헌재법 제68조 제3항의 재판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제4호) ⑤ 그 밖에 헌법소원 청구가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제5호)가 규정되어 있습니다(헌재법 제72조 제3항). 

재판소원 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한 사건 선별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5월 14일을 기준으로 접수된 679건 중 계류 중인 사건을 제외한 전체 재판소원 사건의 99%(528건 중 523건)가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채 각하되었습니다. 다만 최근 5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지정재판부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됨에 따라, 처음으로 재판소원 사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본안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재판소원 사건들 중에서 지정재판부를 통과한 사건들과 사전심사에서 각하된 사건들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지정재판부를 통과한 재판소원 사건

① 제약회사 A사는 HPV4가(가다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백신의 일종) 백신 구매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A사는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원심판결은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입찰에서는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종래 판례의 취지와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한 것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여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6헌마716호로 재판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② B변호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사안에서 B변호사는 압수수색 당시 영장 사본이 교부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준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B변호사는 원심법원에서 청구의 일부만 받아들이고 대법원은 재항고를 기각하자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은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압수·수색영장의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18조 및 제219조를 위헌적으로 해석·적용하여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26헌마1247호로 재판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③ 재건축 조합 C조합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영등포구로부터 도로 부지를 매입한 사안에서 C조합은 해당 도로가 무상 양도 대상인 ‘현황도로’에 해당하므로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 청구기각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되자 C조합은 대법원이 민간 조합에는 ‘현황도로’의 무상 양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026헌마1049호로 재판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④ 위험물품보관회사 D사와 E학교법인은 각각의 소송에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 각하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청구인들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되었지만 법원의 항소 각하 결정이 있기 전에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법원의 항소 각하 결정은 재판청구권 내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각각 2026헌마944호, 2026헌마1351호로 재판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3.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각하된 재판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의 재판소원 청구 사전심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각호의 각하 사유 전반이 문제되고 있어, 각 각하 사유별로 지정재판부의 주요 판시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가. 제1호 : 보충성 흠결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청구에 관하여서도 헌법소원의 보충성 요건을 원칙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헌법재판소는 “하급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항소 및 상고를 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심판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청구인들은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하면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상고를 포기하였다고 하나,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의 취지나 기록에 비추어 보면 전심절차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로서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45조에 의한 상소권회복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47조 제2항), 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15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위와 같은 재항고 절차를 거쳤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흠결하였다”라고 판시하여 재판 절차 내에서 가능한 모든 불복 수단을 소진한 다음에야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헌법재판소 2026. 3. 24. 선고 2026헌마640 결정, 헌법재판소 2026. 4. 30. 선고 2026헌마1123 결정).

특히, 헌법재판소는 위 2. ③에서 소개드린 사안과 유사한 사건에서 “(청구인은)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는 부지는 위 조항에 의한 무상 양도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위 쟁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법원에서 다툴 여지가 없게 되었고, 청구인이 상고하더라도 기각될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보충성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비록 기각 판결이 예상되더라도 상소심을 거치지 않은 이상 보충성의 예외가 인정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4. 20. 선고 2026헌마1054 결정).

나. 제2호 : 청구기간 도과

헌재법 제69조 제1항 단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확정일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 청구된 다수 재판소원 사건들은 위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어 각하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4. 28. 선고 2026헌마1281 결정 등).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의 경우 ‘송달일’을, 그 외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는 ‘선고일’을 각 확정일로 보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3. 31. 2026헌마639 결정; 헌법재판소 2026. 4. 7. 선고 2026헌마795 결정 등).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청구기간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 개정 이전에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일인 2026. 3. 12.을 기산점으로 하여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여 배척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4. 21. 선고 2026헌마1122 결정 등). 

다. 제4호 : 재판소원 청구사유

헌법재판소는 최근 일련의 사전심사 각하 결정례를 통해 재판소원 청구사유 해당 여부에 관하여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입법기관인 국회나 집행기관인 행정부에 의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또한 법원 내부에서도 상급심 법원은 하급심 법원이 한 재판의 기본권침해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사할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각 호의 사유를 갖추었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하여야 한다. 청구인이 위 각 호의 사유를 갖추었다고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주장하거나, 형식적으로는 위 각 호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실질이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법원의 재판으로 인하여 침해되었음이 명백하다는 사정이 소명되지 아니하였다면, 그러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각 호가 정한 청구 사유를 구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는 취지의 판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4. 28. 선고 2026헌마1157 결정, 헌법재판소 2026. 4. 21. 선고 2026헌마1158 결정 등). 

라. 제5호 : 기타 적법요건 흠결

헌법재판소는 헌재법 제68조 제3항이 ‘확정된 재판’을 재판소원의 대상으로 규정함에도 법원에 계속중인 소송사건에 관하여 재판소원이 제기된 경우 이를 헌재법 제72조 제3항 제5호의 각하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4. 20. 선고 2026헌마1093 결정). 이는 일단 판결 자체는 확정되었으나 소송 절차상 불복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아 보충성 요건이 문제되는 제1호 각하 사유와 구별됩니다.

 

4. 실무상 시사점

재판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관련 법리도 아직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재판소원 사전심사 결정례를 통해, ▲재판소원에 관하여도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에 관한 기존 법리가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점, ▲재판소원 청구사유에 관하여는 충실한 주장·소명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판소원까지 고려하여 소송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