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30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동안 지방자치단체 간, 혹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의 분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관련 분쟁은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단순한 행정적 갈등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갈등으로 연결되기도 하였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지방자치단체 관련 분쟁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게 됩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서는 지방자치단체 관련 분쟁의 사례와 쟁점을 미리 숙지하고, 유사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의 대응 방안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법무법인(유) 세종의 공법소송팀은 지난 9월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분쟁의 유형과 쟁점에 대한 심도 깊은 대고객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 세미나에서 다루었던 내용 중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분쟁 사례 및 그 시사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권한쟁의심판의 유형과 사례

가. 지방자치제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존속과 조례 제정권 등의 권한, 지방의회의 존속만을 명시하고 그 밖의 지방자치에 관한 구체적 사항들은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에 관하여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에게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에 대하여 광범위한 형성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4. 1. 28.자 2012헌바216 결정). 제도적 보장으로서 지방자치는 자치단체보장, 자치사무보장, 자치기능보장의 세 가지를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폐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은 ‘자치단체보장’을 침해하는 것이 되고, 전국민의 공공복리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오로지 국가의 위임사무만을 처리케 한다면 이는 ‘자치사무보장’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또한 자치사무를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독자적인 책임하에 처리하도록 하는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조직권 등과 같은 자치권한을 전혀 부여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자치기능보장’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구와 국회 간의 권한쟁의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서는 특별시의 관할구역 안에 있는 구(區)의 재산세를 ‘특별시 및 구세’로 하여 특별시와 자치구가 100분의 50씩 공동 과세하도록 하는 구지방세법(2007. 7. 20. 법률 제8540호로 신설된 것) 제6조의2와 특별시분 재산세 전액을 관할구역 안의 자치구1에 교부하도록 하는 같은 법 제6조의3을 국회가 제정한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강남구 등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구의 재산세가 특별시 및 구세로 나뉘어 구의 재산세 수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구의 자치재정권이 유명무실하게 될 정도로 지나치게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0. 10. 28.자 2007헌라4 결정).

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대한 감사 관련 권한쟁의심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일반적으로 자치사무(고유사무)와 단체위임사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체위임사무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사무를 말하며, 주무부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이러한 위임사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이나 직무이행명령 등을 통하여 법령위반(합법성) 뿐만 아니라 부당성(합목적성)까지 통제할 수 있지만, 자치사무에 대한 통제는 법령위반에 한정됩니다(지방자치법 제188조, 제189조).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양주시와 경기도 간의 권한쟁의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해당사안은 피청구인(경기도)이 2021. 4. 1. 청구인(남양주시)에 통보한 종합감사 실시계획에 따른 자료제출요구가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는 합법성 감사로 제한되어야 하고, 포괄적∙사전적 일반감사나 법령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는 합목적성 감사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문제된 자료제출요구는 자치사무에 대한 포괄적⋅사전적 감사나 법령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 절차와 그 양태나 효과가 동일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문제된 자료제출요구가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청구인(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8. 31.자 2021헌라1 결정).

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요소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요소는 주민, 자치권, 관할구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은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말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의 관할구역 내에서 헌법 제117조 제1항과 지방자치법 제9조 및 기타 개별 법률들이 부여한 자치권한 내지 관할권한을 가집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요소에 관한 권한쟁의 사례로는 아래에서 설명드리는 공유수면, 해상경계 분쟁 등이 대표적입니다.

 

3. 지방자치단체의 해상경계, 매립지관할 분쟁의 유형과 사례

가. 해상경계 분쟁

해상경계는 어업권, 공유수면 점·사용허가권,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권 등 다양한 자치권한 행사 및 주민편익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은 해상경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분쟁의 불가피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국회에서는 ‘해양의 효율적 이용 및 관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 획정에 관한 법률안’이 심사 중에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의 획정권한과 심의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제도적 개선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이 제정되면 해상경계 분쟁의 기준과 절차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상경계에 대한 분쟁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결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수면 관할구역 경계에 관한 명시적 법령상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문법상 경계에 따라야 하고, 불문법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가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해상경계선을 획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4. 11.자 2016헌라8 결정 등 참조).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해상경계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은 ‘① 성문법상 해상경계 확인, ② 불문법상 해상경계 확인, ③ 형평원칙상 해상경계 획정’의 순서로 심리가 진행되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해상경계 분쟁에서 의미있는 사건으로는 홍성군과 태안군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헌법재판소 2015. 7. 30. 선고 2010헌라2 결정)을 들 수 있습니다. 위 홍성군과 태안군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 이전에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기본도 상의 해상경계선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였으나(헌법재판소 2004. 9. 23.자 2000헌라2 결정, 헌법재판소 2006. 8. 31.자 2003헌라1 결정, 헌법재판소 2009. 7. 30.자 2005헌라2 결정, 헌법재판소 2011. 9. 29.자 2009헌라3 결정 등), 위 사건을 기점으로 그 규범적 효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습니다. 위 홍성군과 태안군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령상 해상경계가 있는지,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경계가 불분명하다면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상경계를 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형평의 원칙 고려사항으로 등거리 중간선, 지리상의 자연적 조건, 관련 법령의 현황, 연혁적인 상황, 행정권한 행사 내용, 사무 처리의 실상, 주민의 사회ㆍ경제적 편익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의 규범적 효력은 부정하였지만, 그 해상경계가 불문법상의 해상경계로 인정될 수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등의 권한쟁의 사건(헌법재판소 2021. 2. 25.자 2015헌라7 결정)을 들 수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국기기본도 상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한 행정관행이 반복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관계 행정청 및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여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에 따라 경계를 판단한 바 있습니다.

나.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 분쟁

헌법재판소는 자치권이 미치는 관할구역의 범위에는 육지는 물론 바다도 포함되므로, 공유수면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한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4. 9. 23.자 2000헌라2 결정 참조). 공유수면 매립지는 산업단지, 항만, 공항 등 주요 기반시설 조성에 활용되며, 연안 인접지역의 개발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 공유수면 매립지는 2021년 기준 1,264개소에 달하며,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가장 많은 매립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립지 관할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주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 분쟁은 해상경계 분쟁과 달리 대법원에 최종적인 판단 권한이 주어집니다.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공유수면 매립지에 대한 관할을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관할 결정 신청을 하고, 이에 대하여 이의가 제기되면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이 내려집니다. 행정안전부장관의 결정에 불복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전에는 해상경계선에 따라 매립지 관할도 자동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해상경계선만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천시와 고성군 간의 권한쟁의 사건(헌법재판소 2019. 4. 11.자 2015헌라2 결정)에서, 이미 사라진 종전 공유수면의 해상경계선을 매립지의 관할경계선으로 인정해 온 종전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변경하고, 매립지 관할 결정 기준으로 공유수면의 매립 목적, 그 사업목적의 효과적 달성, 매립지와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교통관계나 외부로부터의 접근성 등 지리상의 조건, 행정권한의 행사 내용, 사무 처리의 실상, 매립 전 공유수면에 대한 행정권한의 행사 연혁이나 주민들의 사회적ㆍ경제적 편익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 분쟁의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로는 새만금 방조제 사건(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0추73 판결)을 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새만금 방조제 사건 이후 공유수면 매립지가 속할 지방자치단체를 정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하는 사항을 ① 효율적인 신규 토지 이용, ② 매립지 이용(토지이용)을 고려한 합리적 관할구역 경계 설정, ③ 행정 효율성 확보, ④ 접근성과 생활편의 여부, ⑤ 해양 접근성 변화(공유수면 상실)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이익손실, ⑥ 전체 매립대상지역의 관할 구분 구도 부합성 등 총 6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하였고, 중앙분쟁조정위원회도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공유수면 매립지의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정하고 있습니다.

 

4.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이상과 같이 지방자치단체 관련 분쟁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상위 자치단체와 하위 자치단체간의 권한에 관한 사항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의 해상경계나 공유수면 매립지 관련 관할에 관한 사항이 주로 문제가 되어 왔으며 이러한 사항들은 지방자치단체의 필수적인 요소에 관한 것으로,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사례의 심도있는 이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관할권한에 관한 분쟁은 각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에서 설시하는 관할결정의 요소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상경계가 문제되는 경우,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러가지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여, 장기간 쟁송해역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에 해당한다는 관행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인정되지 않아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상경계가 확정되어야 할 경우 고려 대상이 되는 제반 사정들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유수면 매립지의 관할이 문제되는 경우, 지도, 지적도, 행정서류, 주민 의견, 해당 지역의 주요 산업·시설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사전에 면밀히 준비하는 한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행정안전부장관 산하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 단계부터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의 공법소송팀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분쟁에서 최신 판례와 입법 동향을 반영한 전략과 대응으로 다수의 성공 사례를 도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 관련 분쟁에서 효과적이고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 특별시 관할구역 안에 있는 모든 자치구를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