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이 사건은 산업단지개발 사업시행자(이하 “사업시행자”라 합니다)로부터 산업단지 내 폐기물처리시설 용지(이하 “본건 용지”라 합니다)를 매수하고, 그 지상에 폐기물처리시설(이하 “본건 시설”이라 합니다)을 설치·운영하려는 의뢰인이 본건 시설의 매립용량을 늘리기 위해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폐기물처리시설은 산업단지 내에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필수시설이지만, 당초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에 정해진 매립용량만으로는 본건 시설의 설치비용조차도 충당하지 못하는 등 경제성이 없어서, 사업시행자는 본건 용지의 분양에 계속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사업시행자는 본건 용지의 원활한 분양을 위하여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의뢰인에게 ‘추후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하여 본건 시설의 매립용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하였고(이하 “본건 특수조건”이라 합니다), 의뢰인은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여 본건 용지를 매수하였습니다(이하 “본건 매매계약”이라 합니다).

이후 사업시행자가 본건 특수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산업단지 지정권자인 지자체장 A(피고)를 상대로 본건 시설의 매립용량을 늘리는 내용의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을 신청하였으나, A는 주민들의 반대 민원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이하 “원처분”이라 합니다).  의뢰인 및 사업시행자는 원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위법한 원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다만 원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었던 의뢰인이 제기한 소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A는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재처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원처분과 동일·유사한 사유를 내세워 재차 사업시행자에 대해 거부처분(이하 “재처분”이라 합니다)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업시행자가 재처분을 다툴 의지가 전혀 없자, 본건 시설의 매립용량 증대가 절실했던 의뢰인은 부득이 직접 재처분의 무효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의뢰인(원고)이 재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토지 소유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항소심에서부터 의뢰인을 대리하여, 1심에서 부정되었던 원고적격과 법률상 이익에 관한 법리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한편, 재처분이 지닌 위법성을 조목조목 주장·증명하였습니다.

 

2. 사건의 쟁점

본건의 핵심 쟁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산업단지 내 토지 소유자로서 입주를 희망하는 자에게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의 변경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거부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여부

둘째, 재처분이 원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선행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하거나 기속력을 잠탈하려는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재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3.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뢰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우선 원고적격에 관하여, 법원은 산업단지 내 토지 소유자로서 본건 시설을 설치하여 입주하려는 자는 재처분으로 인하여 “본건 용지에서 당초 계획한 매립용량의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개발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재산권 행사의 제한 및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므로, 재처분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직접적인 재산권 행사상의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전체적인 소송경제를 고려한 원고의 재산권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원고에게 재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도 판단하였습니다.

본안에 관하여는, 피고(행정청)가 내세운 10개의 재처분사유 중 7개는 선행 확정판결에서 이미 부정되었거나 그 기속력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 ‘본건 시설이 폐기물관리법상 에어돔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재처분사유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폐기물관리법상 설치기준은 ‘폐기물처리업 허가’ 과정에서 검토될 사항일 뿐,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단계에서 검토될 사항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는 정당한 처분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매립용량 증대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객관적 근거가 없고, 관계기관(지방환경청)도 환경 저감 대책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가 내세운 공익적 사정은 인정하기 어렵거나 미미한 반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은 막대하므로, 재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의의 및 시사점

항소심 판결문이 88쪽에 이를 정도로, 이 사건은 법리적·실체적 측면에서 쉽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1심에서 각하되어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한 채 소송이 끝나버릴 뻔한 상황에서, 정교한 법리와 논거 제시를 통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의뢰인의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재처분이 위법하다는 본안 판단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이 산업단지 개발사업에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토지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법적 지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행정청의 반복적인 부당 거부처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1심에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된 사건이라 할지라도, 면밀한 법리 검토를 통해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첫째, 처분의 직접 상대방(사업시행자)이 아닌 산업단지 내 토지 소유자에게 행정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였습니다.  기존에는 산업단지 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아닌 토지 소유자의 경우 산업단지 개발계획 또는 실시계획 변경을 다툴 자격이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산업단지에 필수적인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하여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산업단지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받게 되므로 그 변경을 신청할 법규상·조리상 권리가 있고,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산업단지 개발사업에 개별적·구체적·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의 권리구제범위를 크게 확대하였습니다. 

둘째, 선행 확정판결의 기속력을 잠탈하는 지자체의 부당한 인허가 거부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간 많은 지자체들이 객관적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반대'라는 정치적·추상적 공익을 이유로 폐기물처리시설의 인허가를 지연하거나, 법원의 취소판결 확정 이후에도 교묘하게 사유를 바꾸어 재거부하는 소위 '기속력 잠탈' 행위를 반복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관행이 당사자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형해화하는 위법한 행위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행정청의 복잡한 규제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고객들을 위해 최적의 대응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의뢰인의 재산권과 법률상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