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AI의 개발을 위해 저작물을 학습시키는 행위가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들이 잇달아 선고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에 AI 개발을 위한 학습 단계에서의 저작물 이용행위를 면책하는 규정(이른바 ‘TDM 면책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한 조항(제107조)과 상당히 유사한 조항(제35조의5)을 두고 있기 때문에(아래 표 참고), 최근 미국 판결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해당 판결들을 소개하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저작권법 제35조의5 제2항 | 17 U.S. Code § 107 | |
| 제1요소 |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 (1) the 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including whether such use is of a commercial nature or is for nonprofit educational purposes; |
| 제2요소 |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 (2) the 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 |
| 제3요소 |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 (3) the 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in relation to the copyrighted work as a whole; and |
| 제4요소 |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 (4) the effect of the use upon the potential market for or value of the copyrighted work. |
1. Bartz, et al. v. Anthropic PBC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2025. 6. 23. 선고, 이하 ‘앤트로픽 판결’)
피고 앤트로픽(Anthropic)은 거대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인 ‘클로드(Claude)’를 학습시키기 위하여 전자도서관을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칠백만 권 이상의 불법복제 서적을 다운로드하는 한편, 수백만 권의 책을 구매하여 전자화했습니다. 해당 책들의 저작권자들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앤트로픽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공정이용을 주장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판사는, 앤트로픽이 클로드 등 AI 모델의 학습(training)을 위해 구매 서적을 이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비록 학습에 이용된 책들이 모두 표현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공정이용 제2요소), 이는 완전히 변형적인(exceedingly transformative) 이용이며(제1요소), 이를 위해서는 서적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고(제3요소), 마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전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앤트로픽의 LLM은 기존 작품을 복제 또는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창조하기 위해 학습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물의 잠재적인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도 공정이용이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제4요소).
이에 더하여 알섭 판사는 ‘구매’ 서적의 인쇄본을 전자화한 것 역시, 인쇄본 서적의 형태를 보다 편리하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검색이 가능한 디지털 사본으로 교체한 것일 뿐, 새로운 사본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거나, 기존 사본을 재배포하지 않았으므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불법복제’ 서적을 이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당한 방식으로 입수할 수 있는 서적을 불법복제하여 전자도서관을 구축한 것은 그 자체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이는 최종적으로 해당 서적이 LLM 학습 목적으로 이용되더라도 마찬가지이며,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2. Kadrey, et al. v. Meta Platforms, Inc.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2025. 6. 25. 선고, 이하 ‘메타 판결’)
피고 ‘메타(Meta)’는 원고들의 책이 포함된 데이터셋을 토렌트(torrent) 방식으로 다운로드하여 LLM ‘라마(Llama)’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한 것이 공정이용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빈스 차브리아(Vince Chhabria) 판사는 이 사건에서 공정이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향후 다른 사건들에서는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메타 판결에서는 공정이용의 제1, 2, 3요소에 관한 판단은 앤트로픽 판결과 유사하였으나, 제4요소는 공정이용 판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하면서(the fourth factor is “undoubtedly the single most important element of fair use”), 완전히 변형적인 이용이라 할지라도(제1요소) 원저작물의 잠재적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면(제4요소) 공정이용이 부정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의 데이터 학습 관련 사건에서 저작권자는 공정이용을 부정하기 위하여 아래 세 가지 경우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① LLM이 원저작물을 그대로 재생산하거나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하여 사용자들이 해당 대체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
② 원저작물을 AI 학습 목적으로 라이선스하는 시장에 해를 끼치는 경우
③ LLM이 원저작물과 충분히 유사한 작품을 생성하여 해당 시장에서 경쟁하고, 그 결과 원저작물을 간접적으로 대체(indirectly substitute)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특히 위 ③에 관한 설명은, 앤트로픽 판결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앤트로픽 판결에서는 ‘누군가가 현대 고전들의 훌륭한 표현을 모두 읽고 암기하여 그 중 최고의 부분들을 섞어 따라 쓰더라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시하면서, 클로드가 제시하는 결과물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 메타 판결에서는 위 판시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히는 것과, 극히 적은 시간과 창의성만으로 무수히 많은 경쟁 작품을 생성해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AI가 생성하는 결과물 및 이것이 원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제4요소), 다른 많은 경우에는 저작권자에게 대가 지급 없이 생성형 AI 학습에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차브리아 판사는, 메타 판결에서 원고 측이 위 ③ 요소에 관한 주장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개하지 못했다면서, 만일 이에 관한 주장∙증명이 보완되었다면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였습니다.
위 두 판결 모두 결론적으로는 AI의 저작물 학습에 관해 공정이용을 인정한 셈이 되었지만, 설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저작권자에 대한 대가 지급 없이 AI 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합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Thomson Reuters Enterprise Centre GMBH, et al. v. Ross Intelligence INC.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2025. 2. 11. 선고, 이하 ‘웨스트로 판결’)
한편, 2025. 2. 11.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스테파노스 비바스(Stephanos Bibas) 판사는, 생성형 AI가 아닌 AI 검색 엔진의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동의 없이 학습시킨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 ‘로스(Ross Intelligence Inc.)’가 기존 법률 문서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AI를 개발하면서, 원고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가 운영하는 ‘웨스트로(Westlaw)’의 ‘헤드노트(headnotes; 판례 요약)’ 복제물을 무단으로 학습시켰던 사안입니다. 이에 대하여 비바스 판사는, 로스의 AI는 새로운 창작물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률문서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비변형적 이용에 해당하고(제1요소), 로스의 AI가 웨스트로의 법률 검색 기능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어, 웨스트로의 가치를 훼손하고 원고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제4요소), 결국 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로스의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법원은 AI 학습단계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의적이고 단정적인 결론을 제시하는 대신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생성형’ AI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1요소에 관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하기도 하였고, 학습 소재가 된 저작물 취득방법이 적법한지 여부에 따라 공정이용 해당 여부가 달라진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으며, AI의 생성물이 원저작물과 다른 것이지만 충분히 유사한 작품을 생성하여 원저작물을 간접적으로 대체(indirectly substitute)하는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판사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최근 판결들이 제시하는 판단기준과 법리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이를 기초로 AI의 저작물 학습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법적 이슈나 분쟁을 확인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유) 세종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팀은 AI와 관련된 국내외 최신 판결 및 제도 개선 동향 등을 주시하면서 관련 법리를 심도 있게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AI 저작권 이슈 검토, AI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작성 등 자문 업무뿐만 아니라, 유관 기관들과 기업들에 대한 세미나와 강연도 활발하게 진행해오고 있는바, AI와 저작권 이슈에 있어 가장 선도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