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국제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 및 법률 체계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산업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도 개편과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러시아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주요 규제 조치와,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 및 실무적 고려사항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자산 매각 제한, 외환 및 세제 규제, 철수 조건 강화 등 복합적인 규제가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1. 러시아의 제재 대응: 산업 보호와 법제 개편
러시아는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여 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외국기업과의 계약 해지 요건을 완화하고, 비우호국 소속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병행수입도 허용되어 공급망 유지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제 측면에서는 외국계 기업 철수로 생긴 시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수 기업을 육성하고 수입 대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도 확대하고 있으며, 거래 통화도 루블, 위안, 루피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규제 완화를 통해 자립형 산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 외국기업 철수 절차에 대한 통제
러시아 정부는 외국기업의 철수로 인한 고용 불안과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철수 절차를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핵심 장치는 ‘외국인 투자 모니터링 정부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인데, 전략 산업 또는 사회적 영향이 큰 분야의 자산 매각은 이 위원회의 승인을 필요로 합니다.
심의 과정에서는 고용 유지, 기술 이전, 지역 기여 등이 평가되며, Mercedes-Benz와 Volkswagen 사례와 같이 외국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고 철수할 때에는 자산가액의 약 60% 수준으로 할인된 금액으로 매각하도록 하고 또한 매각가격의 10%는 ‘자발적 기여금’ 형태로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년 10월부터는 해당 기여금이 최대 35%까지 부과될 수 있어, 실질적 출국세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규제 외에도 지역정부나 공공기관이 철수 기업에 고용 유지나 지역사회 기여를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철수를 유예하거나 현지 기업 또는 기존 경영진에 사업 운영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철수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3. 외환·세제 규제 강화와 기업 운영 부담
러시아 정부는 외환 유출 억제와 재정 안정을 위해 외환·세무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등록된 현지 법인의 해외 배당 송금에 대한 월 미화 100만 달러 한도는 2025년 3월 말 종료되었으나, 비우호국 기업의 자금 송금은 여전히 엄격한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수출기업은 외화 수익의 40%를 루블화로 환전해야 하며, 이는 2025년 4월 말까지 적용됩니다.
비우호국 기업은 ‘C형 계좌’를 사용해야 하며, 자금의 용도와 이동에 제한이 따릅니다. 또한 외국계 그룹에 소속된 러시아 법인은 외화 계좌의 개설, 폐쇄, 변경 시 2024년 7월부터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며,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및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세제 측면에서도 외국계 기업에 대한 조세 부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계 기업에는 초과이익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2023년 세법 개정으로 인해 러시아 자회사에 제공하는 용역에도 15%의 법인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은 내부거래 구조를 재검토하고 세무 리스크를 점검해야 합니다.
4. 한국 기업의 리스크와 실무적 고려사항
대한민국은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한국 기업도 사업 철수 여부와 무관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러시아 내 사업 비중이 큰 경우, 배당금 송금 제한과 외환 규제는 회사의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무상 물류·보험 비용 증가, 고급 장비 수입 제한, 유통망 단절 등과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국제사회에서의 평판 리스크도 고려해야 합니다. 러시아 사업 지속이 미국이나 유럽의 거래 상대방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2차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계약 구조, 지배구조, 인허가 사항 등에 대해 정기적인 법률 점검을 실시하고, 외환 및 제재 대응 정책을 내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3국 법인을 통한 간접 진출이나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도 고려될 수 있으나, 러시아 정부가 이를 우회 시도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산업통상부, 경제개발부 등 현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인증, 수입, 승인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향후 외교적 변화에 따라 일부 제재 완화 가능성도 존재하나, 단기적으로는 규제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철수, 유지, 구조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마련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희망했던 외국계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철수를 마친 상황이나, 아직 철수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중재 움직임이 실제 평화로 이어질지 주시하며,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서 철수한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회사 지분을 러시아 현지 경영진 또는 현지 회사에 매각하면서 향후 재매입할 수 있는 권리(buy back option)를 확보해 두었는데, 이후 상당수 기업들의 사업 실적이 오히려 개선되면서, 실제로 재매입을 추진할 경우 상대방에서 최초 계약에서 정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아울러, 러시아 현지 경영진이 소수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기업 경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지분 매각이나 재매입 전략 수립 시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