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자원의 안정적 공급,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물다양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을 비롯하여 주요 국가들은 이제는 논의의 차원을 넘어서서 생물다양성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거나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에게 생물다양성과 관련하여 보다 엄격한 의무와 책임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저희 세종에서는 3회에 걸쳐 뉴스레터를 통해 생물다양성의 개념부터 제도적 발전, 최근 기업들에 요구되고 있는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 요건과 국내외 사례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생물다양성이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 생태계(Ecosystem), 그리고 유전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간의 복지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자연의 네 가지 영역인 육지, 담수, 해양, 대기에 걸쳐 존재하는 개념이며, 인간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자연자원과 자연자본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여기에서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은 나무, 물, 작물 등을 포함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은 이러한 자연자원에 더해 탄소 흡수, 물 정화 등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는 인간의 삶과 사회 및 경제의 안정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십 년간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토지의 용도 전환, 오염,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고, 그 결과 생태계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도 증가하는 문제까지 초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 감소는 자연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단을 야기하는 중요한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는 특히 농업, 임업, 어업 등 자연자원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전 세계 경제와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생물다양성 제도의 발전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의 채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58개국의 서명으로 채택되었습니다. CBD는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생물 종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4년 CBD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였으며, 같은 해 첫 당사국 총회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 개최 이후 당사국들은 정기적으로 당사국총회(COP)를 개최하며 생물다양성 전략과 행동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3. 생물다양성 관련 주요 국제 협약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UN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생태계 복원 10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전 세계적인 생태계 복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22년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달성을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구하며, 경제 및 사회 정책 전반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주된 안건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념입니다. ‘넷제로(Net Zero)’가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로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제거하여 최종적으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면,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OP 10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당사국들이 20개의 소위 '아이치 목표'를 채택하고 2020년까지 달성하기로 하였으나, 부분적인 이행에 그치면서 더욱 실효성 있는 목표 설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COP14에서 생물다양성 글로벌 프레임워크(GBF) 목표가 새롭게 설정되었고, 2022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에서 GBF 최종안이 채택되었습니다. GBF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4개의 목표와 23개의 세부 목표가 설정되었으며, 그 중에는 전 세계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을 연간 2,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GBF는 2030년까지 지구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와 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글로벌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넷제로(Net Zero)’라는 목표를 제시한 파리협약과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도 정량화된 목표와 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은 이제는 국제적인 관심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합의와 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 EU규제 내에서의 생물다양성
CBD에서부터 이어져 온 국제적인 움직임은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개별 국가들의 정책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최근에는 규제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사항을 규제에 추가하여 기업들이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내용을 공시하고 직접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내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규제는 ESRS 하위 규정인 E4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E4 규정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속 및 광업, 전력, 유틸리티 및 발전기, 금융, 화학, 식품 및 농업, 석유 및 가스, 산림 및 제지, 양식업, 생명공학 및 제약 등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의 주요 적용 대상으로 규정되었습니다.
동 규정에 따른 대상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공시해야 합니다:
-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관련 전환 계획: 기업의 활동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계획과 전략을 명시
-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관련 정책: 기업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기술
-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관련 목표: 기업이 설정한 구체적인 목표와 그 달성 여부를 보고
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기업들에게 자연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이를 관리할 책임을 부여하는 지침으로, 생물다양성 보존과 관련된 중요한 의무를 그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자연 및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관리: CSDDD는 기업들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CBD 제10조(b)와 연관되어 있으며, 생물 자원의 사용과 관련된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르타헤나 의정서와 나고야 의정서와 같은 국제 협약에 따라, 기업들은 살아 있는 변형 생물체의 관리 및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게 공유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 지속가능성, 인권 및 환경 보호: CSDDD는 기업들이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인권 문제와 환경적 영향을 관리할 책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강제 노동, 아동 노동, 노동자의 안전 등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오염, 생태계 파괴 등 환경적 문제도 포함합니다. 이러한 이슈는 기업의 가치 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럽 연합 영역 내뿐만 아니라 영역 외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조합니다.
- 유럽 그린딜 및 기타 전략적 이니셔티브와의 연계: CSDDD는 유럽 그린딜, 순환 경제 행동 계획, 생물다양성 전략, '농장에서 포크까지' 전략 등의 정책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기업 지배 구조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UDR (EU Deforestation Regulation)
삼림전용 방지규정(EUDR)은 2023년 6월 29일 채택되어 2024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EUDR은 삼림 파괴가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EU 시장 내 유통을 금지함으로써 삼림 파괴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규제 대상 제품에는 소, 코코아, 커피, 팜유, 고무, 대두, 목재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은 실사를 통해 해당 제품이 EUDR을 준수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EUDR은 삼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고,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과 인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규제입니다.
5.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의 주요 내용
한국의 생물다양성 전략은 1992년 생물다양성 협약(CBD) 가입 이후 국제적인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에 동참하며 발전해왔습니다. 첫번째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은 1997년에 수립되었으며, 이후 매 5년마다 갱신되어 현재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2024-2028)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국제적 협약인 GBF와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21개의 실천 목표를 가지고 6가지 이행 방안을 통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2030실천목표>
| Category | Target | 관련 GBF Target |
|---|---|---|
| 생물다양성 위험요인저감 | 1. 공간계획을 통한 생물다양성 관리 강화 | GBF T1 |
| 2. 생태계 복원으로 자연자본 가치 확대 | GBF T2 | |
| 3. 생태우수지역 확대 및 지역사회 혜택 강화 | GBF T3 | |
| 4. 국가보호종 · 유전다양성 관리 강화 | GBF T4 | |
| 5. 야생생물 검역 및 관리 全과정 안전망 강화 | GBF T5 | |
| 6. 침입 외래생물 유입 차단 및 방제 강화 | GBF T6 | |
| 7. 생물다양성 유해 오염 저감 | GBF T7 | |
| 8. 자연기반해결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 GBF T8 | |
| 지속가능이용 및 이익공유확대 |
9. 지속가능한 농업·임업·수산업·양식업 | GBF T9, T10 |
| 10. 생태계서비스 유지·증진 | GBF T11 | |
| 11. 도시 생물다양성 증진 | GBF T12 | |
| 12. 유전자원의 이익공유 확대 | GBF T13 | |
| 이행과 주류화 수단 강화 | 13. 사회 전 분야에 생물다양성 가치 반영 | GBF T14 |
| 14. 생물다양성과 ESG 경영 | GBF T15 | |
| 15. 지속가능한 소비 촉진 | GBF T16 | |
| 16. 유전자변형생물체 및 바이오신기술 안전관리 | GBF T17 | |
| 17. 유해보조금 단계적 감축 및 친환경 인센티브 확대 | GBF T18 | |
| 18. 생물다양성 재원 동원 | GBF T19 (b)~(g) | |
| 19. 국제적 기여 확대 | GBF T19 (a), 20 | |
| 20. 생물다양성 인식·연구 증진 및 이행 관리 강화 | GBF T21 | |
| 21.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 GBF T22, T23 |
2030 실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범정부 및 사회 전반의 접근: 정부와 사회 전반의 실천과 협력, 국민 참여 확대
- 생물다양성협약 및 부속의정서의 균형적 이행: 생물다양성협약과 부속의정서의 이행과 연계 강화
- 리우선언의 원칙 이행과 지속가능발전 목표와의 정합성: 생물다양성 손실 역전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 기여
- 글로벌 목표의 전지구적 이행평가 및 달성: GBF 목표체계 이행, 점검, 평가 강화
- 생물다양성 재원의 확충: 재정 동원 방안 연구 및 국제적 재정 기여 확대
- 세대 간 및 양성 평등: 젊은 세대와 여성의 참여 및 권리 강화
국제적으로 기업들에 자연 관련 공시를 권고하는 추세이며,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ESG 경영에 생물다양성 목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EU를 포함한 글로벌 규제와 GBF의 정보공개 목표 채택은 기업들에게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생물다양성에 관하여 좀더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 되었습니다.
다음번 뉴스레터에서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에 관하여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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