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U는 2023년 7월 12일 시행한 역외보조금 규정(Foreign Subsidies Regulation, 이하 ‘FSR’) 관련 최근 심층조사를 개시하는 등 운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WTO 보조금협정은 상품 교역과 관련하여 수출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반면, EU의 FSR은 기업결합, 정부조달 등 상품 교역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보조금을 통해 경쟁을 왜곡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 동안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힘입어 중국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한 후 다른 국가로 진출하여 시장을 잠식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EU의 FSR은 이러한 상황에서 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로, FSR의 실제 적용 대상과 방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 FSR의 기본 구조 및 운영 현황 

가. 기본 구조 

EU 집행위원회는 FSR에 따라 역내에서 발생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이나 공공조달과 관련하여 기업들의 사전신고를 바탕으로 또는 직권으로, 역외국으로부터 받은 보조금(EU 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받은 보조금)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FSR에 규정된 EU 집행위의 3가지 조사(investigation) 수단]

분야 내용
기업결합
  • 기업의 사전신고를 바탕으로 조사 : 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EU 역내 기업결합,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경우 사전신고 의무 부담
  • 기업의 사전신고를 바탕으로 EU 집행위는 예비조사 후 심층조사 진행 여부 결정
공공조달
제한없음
  • 자체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직권(ex-officio) 조사 가능 (“... may on its own initiative examine information from any source, including Member States, a natural or legal person or an association, regarding alleged foreign subsidies distorting the internal market.”)
  • 기업결합 및 공공조달 신고 기준 미달의 거래도 조사 가능

※ EU의 FSR 관련 개괄적인 내용은 KOTRA 자료(EU 역외보조금 규정 Q&A) 참고

나. 운영 현황 

① FSR에 따른 기업결합 및 정부조달 관련 사전신고 접수 현황

EU 집행위에 따르면 사전신고 의무가 부과된 후 100일 동안(2023.10.12.~2024.1.20.) 공공조달의 경우 100건(사전신고 및 신고불요 통보 포함) 이상, 기업결합의 경우 53건(14건 공식 신고, 9건 협의 완료, 1건 기업결합 철회 등)의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이는 EU 집행위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FSR 시행 초기라서 법규정 운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신고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고를 한 결과로 판단됩니다. 

기업결합 관련
사전신고(53건)
주요 특징
  • 대다수 (42건) EU 기업결합심사규정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와 같이 진행
  • 합병(national merger procedure) 5건
  • 1개 이상의 EU 회원국에서 FDI Screening 대상 26건
  • EU 회원국과 비회원국간 33건, EU 회원국간 7건, EU 역외국간 7건, EU 회원국내 6건 발생한 기업결합
  • 투자펀드(investment fund)의 신고가 약 1/3 차지
  • 제3국 정부의 재정적 기여와 관련, 자본투입(capital injections), 지분출자(Equity Contribution), 대출(loans)이 가장 많은 형태
  • 그 외, 정부보증(state guarantees), 직접보조(direct grant), 세제혜택(R&D 비용 및 투자 포함)

② 공공조달 관련 최근 FSR 조사 개시 사례

(불가리아 공공조달) 2024년 2월 16일, EU 집행위는 불가리아 교통부가 주관하는 철도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 관련 공공조달(총 6.1억 유로 수준) 계약을 체결한 중국 CRRC(중처그룹(中國中車), 세계 최대 철도차량 제조사/중국 국영기업)의 자회사인 Qingdao Sifang Locomotive에 대해 심층조사를 개시하였습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EU 집행위는 Qingdao Sifang Locomotive가 중국 정부로부터 17.5억 유로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 스페인 경쟁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입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지난 3월 26일 Qingdao Sifang Locomotive가 조사 대상인 공공조달 사업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진행 중이던 조사도 중단되었습니다. 

(루마니아 공공조달) 2024년 4월 3일, EU 집행위는 루마니아 정부의 태양광 발전 사업 관련 공공조달에 참여한 △중국 Longi(세계 최대 태양광업체)의 독일 자회사와 루마니아 ENEVO 그룹의 합작회사와 △중국 국영기업인 Shanghai Electric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개시하였습니다.

공공조달의 경우, 110일(1회에 한해 20일까지 연장 가능)간 심층조사를 진행하여 균형평가(balance test :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비교 평가) 절차를 거쳐 승인, 조건부 승인, 미승인 등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3. 시사점 

운영 초기이고 진행 중인 조사 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FSR 적용과 관련한 EU 집행위의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정부조달 관련 FSR : 중국 국영기업이 주요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

중국은 WTO 정부조달협정(EU, 한국, 미국 등 가입)에 가입하지 않아(2007년부터 가입 협상 중) 자국 공공조달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EU 등 제3국 공공조달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2022년, EU 공공조달규정(International Procurement Instrument(IPI) Regulation) 발효 : 제3국(특히, 중국)의 공공조달시장 개방도가 낮아 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불균등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제3국의 공공조달 시장에서 EU 역내기업에 대한 차별이 의심되는 경우 EU 집행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조치(예 : 해당국 기업의 EU 공공조달 입찰 참여 배제)를 취할 수 있는 권한 부여

이와 같은 불균등한 시장 상황과 함께 EU를 포함한 주요국들은 중국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제품을 과잉생산하고 제3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중국기업들이 EU 역내 산업 육성 및 보호가 필요한 분야의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경우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조건부 승인 또는 불승인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독일 Siemens와 프랑스 Alstom이 중국 CRRC(중처그룹, 中國中車)과 경쟁하기 위해 철도사업부문을 합병하려고 했으나 EU 집행위는 독점에 대한 우려로 불승인(2019년 2월) → CRRC는 독일 철도제조업체인 Vossloh 인수(2019년 8월) 후 EU 철도시장 진출 확대 → 이러한 배경에서 CRRC를 첫 번째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의견도 존재

따라서, EU 집행위가 중국 기업들의 EU 공공조달 입찰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여지가 있는 만큼, 중국기업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EU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어려웠던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다만, FSR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제3국 정부(한국 정부 포함)로부터 받은 재정적 기여를 사전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DB를 구축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기업결합 관련 FSR : 기업결합 참여자들이 제3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관리 필요

사전신고 의무가 적용되는 매출액 기준(역내 매출액이 5억 유로 이상이고, 최근 3년간 제3국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적 기여 금액이 5천만 유로 초과)을 고려할 때 대형 또는 주요 산업과 연계된 기업결합 건에 FSR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FSR과 기존 EU의 기업결합심사 또는 FDI screening 제도가 동시에 또는 중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EU기업 또는 EU 시장과 관련된 인수·합병·JV(Joint Venture) 설립 등의 기업결합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에는 FSR에 따른 사전신고 필요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사전신고 대상인 제3국 정부의 재정적 기여와 관련한 일부 예외(FSR 관련 EU 집행위 이행규정)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투자펀드도 FSR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전신고 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투자펀드의 경우 신고대상 범위가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경우, 법률검토 및 EU 집행위에 문의 또는 신고 전 사전 협의 절차 등을 활용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EU 집행위는 FSR 초기 운영 평가를 통해 기업들이 제출하는 정보의 충실성과 완결성을 강조하고 있고, 규정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이행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EU 기업 또는 EU 시장과 관련된 기업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제3국 정부(한국정부 포함)로부터 받은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 우리 기업들은 미국·EU의 (WTO 보조금협정에 따른) 기존 보조금 조사의 주요 대상으로, 주요국들은 우리 보조금 제도에 대해 상당 부분 축적된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다. EU집행위의 직권조사 : 기업결합·정부조달 외 다른 분야 제3국 정부 보조금 규제

WTO 보조금협정을 기반으로 한 보조금 조사와 FSR에 따른 보조금 조사는 별개의 독립적인 제도로, 각각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병행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FSR은 상대적으로 조사당국에 포괄적인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EU 역내에 진출한 제3국 기업들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EU 집행위는 WTO 보조금협정에 따른 보조금 조사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FSR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현재까지 심층조사가 개시된 3건은 기업의 사전신고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EU집행위가 직권조사 권한을 행사한 적은 없으나, FSR은 EU집행위의 직권조사 권한을 특정 분야로 한정하지 않고 있어(FSR 제9조:  “..., regarding alleged foreign subsidies distorting the internal market”) 향후 기업결합과 공공조달이 아닌 제3국 기업들의 EU 역내 활동에 대해 직권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도 관심을 가져합니다. 

※ FSR 시행 초기, 풍력산업과 관련하여 EU 집행위의 직권조사 개시 가능성 보도 

라. FSR 규정 해석 : WTO 보조금협정 해석 및 EU 입장을 보조적으로 활용

FSR의 (역외)보조금 정의는 WTO 보조금협정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보조금 정의와 동일·유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FSR에 따른 사전신고 대상인 제3국 정부의 재정적 기여의 범위 등과 관련하여 WTO 보조금협정 규정과 해석(상당한 판례가 축적되어 있음)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WTO 보조금협정과 FSR의 보조금 정의]

구분 WTO 보조금협정 FSR
정부의
재정적
기여
  •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정부 & 공공기관(public body/entity)
  • 제3국 정부의 위탁·지시를 받은 민간기업(FSR : “...taking into account elements such as the characteristics of the entity and the legal and economic environment prevailing in the State in which the entity operates, including the government’s role in the economy.”)
  • 자금의 이전
  • 징수해야 할 세입의 포기
  • 상품·서비스의 구매 또는 제공 등
    ※ 규정은 FSR이 보다 상세하나, WTO 보조금협정 적용상 재정적 기여와 사실상 동일
혜택

시장기준(market benchmark : 통상적인 투자 관행, 시장에서 조달 가능 조건 등)과 비교하여 혜택 부여 여부 판단(FSR : “... should be considered to confer a benefit on an undertaking if it could not have been obtained under normal market conditions. The existence of a benefit should be determined on the basis of comparative benchmarks, ...”)

특정성
  • 특정 산업(군) 또는 기업(군) 대상(is specific to an enterprise or industry or group of enterprises or industries)
  • 법률상/사실상 특정성
  • 하나 이상의 제한적인 기업(군) 또는 산업(군)(is limited to one or more undertakings or industries)
  • 법률상/사실상 특정성

또한, FSR의 시장왜곡 가능성이 큰 (역외)보조금 규정(제5조: Categories of foreign subsidies most likely to distort the internal market)은 산업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미국·EU·일본 3국 공동선언문의 금지보조금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한 바, WTO 보조금협정에 대한 EU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FSR 해석·적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