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률상 미술 작품은 한번 판매되고 나면 구매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고, 이후 작품이 재판매되어도 작가가 추가로 대가를 지급받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최근 2023. 7. 25.자로 신규 제정된 ‘미술진흥법’에서는, 미술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원 저작자가 매매가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수령할 수 있는 권리인 ‘재판매보상청구권’{Droit de Suite, 소위 ‘추급권’(Resale right)}이 도입되었습니다.

고흐 등 일생을 가난하게 산 작가들은 사후에 비로소 작품이 빛을 보게 되었으나 그 유족들에게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프랑스에서 처음 재판매보상청구권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EU를 비롯한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재판매보상청구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한-EU FTA를 통해 EU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오랜 논의를 거쳐 이번 법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다만 미술진흥법상의 재판매보상청구권 관련 조항은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인 2027. 7. 26.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실제 법률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상당 부분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위임되어 있는데 현재는 이러한 하위 법령에 규정될 사항들에 관하여 각계 각층으로부터의 의견 수렴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아래에서는 미술진흥법에서 정한 재판매보상청구권의 내용은 무엇이며,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업계에 미칠 전망과 시사점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의 내용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미술품의 소유권이 작가로부터 최초로 이전된 이후 해당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 작가가 해당 매도인에게 일정 금액을 청구할 권리를 말합니다(미술진흥법 제24조 제1항). 재판매보상청구권의 구체적인 요율은 대통령령에서 정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는 화랑, 경매 업체 등 유통업계와 창작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미술진흥법상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동항 단서 각 호).

  1. 미술품의 재판매가가 500만원 미만인 경우
  2. 「저작권법」 제9조에 따른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는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
  3. 매도인이 원작자인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재판매하는 경우로서 미술품의 재판매가가 2천만원 미만인 경우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양도할 수 없으며, 작가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후 30년간 존속하되, 작가가 사망한 경우에는 법정상속인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법 제24조 제2항). 단 작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그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작가에게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인정한 경우’에만 권리가 인정됩니다(법 제24조 제3항).

재판매보상금은 미술진흥 전담기관 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단체를 통하여 징수, 분배가 이루어질 예정이고(법 제25조), 해당 단체는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등 미술품의 대여·판매업을 하는 자에게 재판매보상금 지급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법 제26조 제1항).

현재 음악, 방송 등에 대하여 신탁관리단체가 사용료 및 보상금을 징수하여 권리자들에게 분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재판매보상금 역시 유관단체를 통하여 징수,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인데 이는 사인 간 매매에서 양도인이 원 저작자에게 로열티를 직접 지급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2. 향후 전망과 시사점

A. 미술계에 미칠 영향

재판매보상청구권이 도입되면 작품이 판매된 후에 작가의 명성이 올라갈 경우 작품 가치가 상승하여 작가가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고, 신진 작가들에게도 효율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술품 유통의 측면에서는 매매 시점마다 작가에게 추가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미술품 거래가 위축된다거나 또는 대가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음성적인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또 사실상 거래 추적이 어려운 개인간 거래에 비하여 경매와 같은 공식적인 루트를 통한 거래에 대해서만 보상청구권 행사가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라는 큰 틀 외에, 적용 대상이 되는 미술품은 어떠한 유형으로 할지, 보상금의 요율을 몇 %로 할지, 전담 단체를 어떻게 지정할지 등은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향후의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단계에서는 주무 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외 사례 분석, 업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적정 요율과 대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3. 7. 31.에는 미술단체와 기관들이 참여한 간담회가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잘 전달되어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B. 해외 제도에서 보는 시사점

프랑스, 독일 등은 EU 지침에 따라 재판매보상청구권을 도입하고 있는데, 보상금의 요율은 판매가가 50,000유로(약 7,160만 원) 이하인 경우 4%, 50,000~200,000유로(약 2억 8,600만 원)인 경우 3%, 200,000유로~350,000유로(약 5억 52만 원)의 경우 1% 등으로, 고가의 미술품 거래일수록 수취할 수 있는 보상금 요율을 낮게 설정하고 있습니다.1

미국은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1976년 입법이 이루어졌으나(the California Resale Royalties Act, 약칭 ‘CRRA’) 2018년 연방 항소법원(9th Circuit Court of Appeal)에서 해당 법률이 연방법인 저작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효력이 배제되었습니다.2 미술품의 시장 규모가 매우 큰 미국으로서는 미국 작가들이 해외에서 보상금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유럽에 지불해야 할 보상금 액수가 상당할 수 있고, 거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유통 업계의 우려 등으로 인하여 대내외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을 감안하면, 국내의 제도는 유럽 등 해외 제도의 보상금 요율을 참고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GDP, 국내 미술 시장 규모, 국내 및 국외 미술품 거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C. 다른 저작물 분야 요율과의 관계

음악, 문학, 영상 등은 복제, 전송에 따른 사용료나 보상금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악의 권리자는 자신의 음악에 대하여 저작권 사용료 내지 보상금을 지급받고, 배우 등의 방송 출연자는 재방송료, 프로그램 복제 판매 시 복제·배포 사용료를 지급받으며, 방송 작가들도 기본극본료에 일정 요율을 곱한 재방송료를 지급받습니다. 미술진흥법상의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위와 같은 타 분야 창작자들에게 부여된 것과 유사한 취지의 보상청구권을 미술 작가들에게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저작물 유형과 요율 등을 정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다른 저작물 분야에서의 지급 사례들이 참고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D. NFT 미술품과의 관계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NFT 미술품 거래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 토큰) 미술품은 그림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NFT화하여 거래하는 시장으로, 유일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았고, 이미 시장 규모 역시 매우 커져 있습니다. NFT 미술품은 토큰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거래가 추적되는데, 원 저작자에게 일정 대가가 지급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재판매보상청구권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실물 작품 시장에도 재판매보상청구권이 도입된 이상, 향후에는 NFT 미술품과 실물 미술품의 관계, 재판매보상청구권 행사자를 어떻게 정할지 등의 문제 역시 중요한 주제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1  Directive 2001/84/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7 September 2001 on the resale right for the benefit of the author of an original work of art, Article 4 (https://eur-lex.europa.eu/eli/dir/2001/84/oj)
2  Close v. Sotheby’s, Inc., 894 F.3d 1061, 1068 n.6 (9th Ci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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