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른바 ‘무기계약직’을 중심으로 직군이나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차별이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인지 여부에 관한 사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유사하지만 ‘정규직’과 다른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되어 상이한 근로조건을 적용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도 이러한 형태의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존재하였지만, 특히 몇 해 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하에 강력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수가 급증하여 이들을 둘러싼 여러 차별 이슈가 최근 수년 사이에 본격화되었습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단시간, 기간제, 파견제 근로자들과 달리 해당 고용형태의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문제는 이를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로 볼 수 있느냐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위법한 차별로서 불법행위 등이 되려면 우선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관한 판결례는 종전에는 사회적 신분임을 인정하는 판결례와 부정하는 판결례가 혼재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다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고용노동부 등 중앙행정기관, 국립대학교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각종 수당 차별이 다투어진 일련의 사건에서 최근 제1심 법원은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3705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5 선고 2020가합562672 판결;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맞춤형 복지포인트). 위 각 사건에서 법원은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의 ‘고정성 내지 선택불가성’과 ‘사회적 평가 수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 임용절차를 거치는 등으로 고용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공기업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3. 선고 2020가합590813 판결) 및 재단법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대구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0가합210864 판결)들이 위 각 수당에 관하여 제기한 각 사건에서도 제1심 법원은 마찬가지 이유에서 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신분에 대해 대법원은 아직까지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비교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경우는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시 교육행정직 공무직 근로자들과 공무원들간 각종 수당 등의 차별이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각종 수당 등의 지급에 관하여 원고들을 이 사건 공무원과 달리 처우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한 이상, 이 사건 공무원이 근로기준법 제6조 등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정근수당,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대우공무원수당, 관리수당 인상분,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 본봉 인상분 차별), 서울시 월급제 교육공무직과 호봉제 교육공무직간 차별 사건(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30134 판결; 급식비,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등), 경기도 호봉제 교육공무직 근로자들간 차별 사건(대법원 2021. 4. 1. 선고 2019다299645 판결; 호봉승급 제한)에서도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아직까지 사회적 신분 해당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는 가운데 해당 쟁점이 포함된 상고심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대법원에 의해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되더라도 기존 근로조건의 차이가 반드시 법상 금지되는 차별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하는지’ 및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등의 쟁점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많은 수의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존재하며 이들의 처우조건이 정규직과 다른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향후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문제 삼는 일련의 소송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들 사이에 서로 다른 근로조건을 적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위와 같은 판례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적절한 기준에 의해 직군분리가 되어 있는지 및 차별적 처우가 인정되더라도 합리적 이유의 존재를 근거로 방어할 수 있는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하여 이러한 차별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