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1. 6. 10. 시행 독일 전자증권법, 블록체인에 기반한 크립토증권 발행 허용

2019. 9. 18. 독일 연방정부는 2021.말까지 10개의 연방성(聯邦省)이 실천하여야 하는 44개 조치를 담은 “블록체인 전략”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증서 없는 유가증권, 즉 전자증권 제도를 도입하고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증권 발행도 허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증권법(Gesetz über elektronische Wertpapiere, eWpG)이 제정되어, 2021. 6. 10.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독일 전자증권법에 의하면, (i) 기존 증서 요건이 폐기되어 유가증권의 발행인은 증서형 발행과 전자적 발행 중 하나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제2조 제1항), (ii) 전자증권은 중앙등록부전자증권(Zentralregisterwertpapier)과 크립토증권(Kryptowertpapier)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제4조 제2항, 제3항), 후자가 바로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한 전자증권을 의미합니다. 크립토증권은 크립토증권등록부에 등록되어 발행되며, 데이터 위조 방지를 위한 요건을 갖춘 기록시스템을 이용하여야 합니다(제16조 제1항). 이러한 기록시스템에는 퍼블릭 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시스템 뿐만 아니라 분산원장기술 이외의 탈중앙화 방식 기술 또한 포함될 수 있고, 크립토증권의 발행인은 크립토증권등록부의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제16조 제2항).

 

2. 지멘스(Siemens), 블록체인을 통한 6,000만 유로 규모 디지털채권 발행

2023. 2. 14. 글로벌 기술 기업인 지멘스는 폴리곤(Polygon) 블록체인을 통해 1년 만기 6000만 유로 규모의 디지털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이는 독일 전자증권법상의 요건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크립토증권을 발행한 최초의 사례일 뿐만 아니라, 독일 내 시가총액 3위 규모의 대기업인 지멘스가 발행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폴리곤은 2017.경 인도에서 ‘Matic Network’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여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표방해온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 대표적인 이더리움 레이어2 블록체인입니다. 폴리곤은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습니다.

지멘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채권을 발행함으로써 금융기관이나 예탁결제원의 관여 없이 투자자에 대한 채권의 직접 판매가 가능해졌고 또한 거래소를 통한 중앙청산도 필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자본시장에서의 디지털 솔루션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2023. 2. 14.자 지멘스 공식보도자료 “Siemens issues first digital bond on blockchain” 참조). 이번에 발행된 채권은 데카뱅크(DekaBank), DZ뱅크(DZBank) 및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에 판매되었는데, 당시에는 디지털 유로 결제가 불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은행 계좌를 통해 대금납입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3. 독일의 입법과 지멘스 사례가 주는 시사점

독일은 그 간 증서 없는 유가증권의 발행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전자증권법 제정을 통해 증권의 무증서화를 제도화함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크립토증권 발행까지 허용하였습니다. 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전략을 마련하고, 전자증권법 제정을 통해 법률분야의 혁신적 과학기술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 것입니다. 현재 전자증권 발행은 무기명사채 등에 한하여 가능하고 주식이나 사원권 등은 가능하지 않으나, 입법 당시부터 향후 적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2023. 2. 6.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 증권(Security Token)을 전자증권법상 증권의 디지털화 방식으로 수용하되 자본시장법의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될 것임을 밝혔습니다. 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우리의 토큰 증권과 분산원장 요건은 독일 전자증권법상의 크립토증권과 크립토증권등록부의 요건과 개념상 유사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체계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고 사실상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이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독일 전자증권법에서는 크립토증권 양도의 방식과 효력 요건을 규정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퍼블릭 블록체인도 분산원장기술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위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향후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등이 개정되어 거래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혁신기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지멘스의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증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는 독일 전자증권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독일의 사례는 금융분야에 등장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입법으로 수용하고 제반 여건을 조성해 가야 하는지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국내에서는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 등 후속 입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바, 이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소비자와 기업의 거래 안전 및 디지털기술의 혁신과 발전이라는 목적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난제입니다. 위와 같은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