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24년 7월 18일, EU의 지속가능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이하 “ESPR”)이 발효되었습니다. ESPR은 EU 역내 출시 제품의 지속가능성, 순환성, 환경 성과를 제품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적 틀을 제시하는 EU순환경제 정책의 핵심 규정입니다. 2009년에 채택된 에코디자인 지침은 에너지 제품 위주로 적용되었으나 ESPR은 그 적용 대상을 거의 모든 실물 제품(physical product)으로 대폭 확대하였으며, EU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제품 수명 연장, 재활용 원료 사용 확대, 공급망 투명성 제고 등을 목표로 합니다.
ESPR은 제품별 세부 요구사항을 위임법령(delegated acts)을 통해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프레임워크 법안입니다. 이에 제품 별로 적용 시기와 내용은 상이할 수 있으나, EU 역내에서 판매 또는 사용되는 모든 제품(일부 식품, 의약품 등 제외)을 대상으로 하므로 EU 수출 한국 기업도 ESPR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2. 주요 대상 및 의무사항
ESPR에 따른 규제는 2026년 철강을 시작으로 2027년 섬유, 타이어 및 알루미늄, 2028년 가구, 2029년 매트리스 등 우선 적용 품목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적용 대상 기업은 에코디자인 요건, 디지털 제품 여권,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제품 라벨, 제품 법규 준수(CE 인증 취득), 공공 녹색 조달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준수해야 합니다.
(1) 에코디자인 요건
ESPR의 핵심은 ‘에코디자인 요건’으로, (가) 제품 자체의 환경 지속가능성 관련 성능 요건(Performance Requirements)과 (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관련 정보 요건(Information Requirements)으로 구분됩니다. 나아가 위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적합성 평가(Conformity Assessment) 절차를 통해 입증하고, 제품에 유럽 적합성 인증 표시인 CE 마킹을 부착해야 합니다.
| 구분 | 개요 | 주요 요구사항 |
|---|---|---|
| 성능 요건 | 제품의 기능과 품질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환경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제조되었는지 평가하는 기술적 요건 | 내구성 및 신뢰성, 수리 및 유지보수 용이성, 자원 효율성 및 재생 원료 사용, 재활용 가능성, 환경 영향 |
| 정보 요건 |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급망 내 환경 관련 정보를 추적 가능하도록 하며, 제품의 올바른 폐기 처리를 돕기 위한 데이터 공개 의무 |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 우려 물질(Substances of Concern) 추적, 수리 및 폐기 정보 제공, 성능 등급 라벨링 |
| 적합성 평가 | 에코디자인 요건 충족을 입증하고 CE 마킹을 취득하여 EU 시장 내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받기 위한 절차 | 적합성 평가 실시, EU 적합성 선언서 작성, 기술문서 보관 (10년), CE 마킹 부착, 필요 시 제3자 인증 |
(2) 디지털 제품 여권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은 제품의 기술적 성능, 지속가능성, 순환성 및 법규 준수 등 제품 정보를 QR코드나 바코드 등의 데이터 캐리어(data carrie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3)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ESPR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판매 제품의 폐기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상의 이유, 심각한 손상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판매 제품의 폐기를 금지합니다.
3. 2026 규정 관련 주요 일정 및 이슈
ESPR은 2024년 7월 발효된 이후, 2025년 4월 EU 집행위원회의 ‘2025-2030 워킹플랜’을 통해 철강, 섬유 등 우선 적용 제품과 단계적 이행 일정을 확정하였습니다. 그 중 2026년에 예정된 주요 이행 일정은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날짜 | 핵심 내용 |
|---|---|
| 2026년 2월 9일 |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관련 위임규정 및 이행규정 채택 |
| 2026년 3월 31일 | DPP 상호운용성을 위한 유럽 표준(Harmonized Standard) 공표 (예정) |
| 2026년 7월 19일 | 미판매 의류 및 신발 제품 폐기 금지 의무 시행 (대기업 적용) 미판매 제품 관련 정보 공시 의무 시행 (대기업 적용) |
| 2026년 7월 19일 | EU 중앙 DPP 레지스트리 공식 가동 |
| 2026년 12월 31일 |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 적용 19개 에너지 제품의 ESPR 체계 전환 완료 |
| 2026년 중 | 철강 ESPR 위임법령 채택 (예정) DPP 서비스 제공자 인증 위임법령 채택 (예정) |
(1)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및 관련 정보 공시 의무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관련 위임규정 및 이행규정이 2026년 2월 9일 채택되었습니다. 이행규정은 2026년 2월 10일 EU 관보에 게재되어 2026년 3월 2일 발효되었습니다. 위임규정은 현재 관보 게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게재 후 20일 뒤에 발효됩니다. 두 규정은 적용 대상 및 시점, 이행 요구사항, 필수 공시 사항 등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류∙액세서리, 신발의 경우 대기업*은 2026년 7월 19일부터, 중간규모기업**은 2030년 7월 19일부터 미판매 제품의 폐기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제품 폐기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각 사유별 필수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아울러 모든 미판매 제품에 대해서는 그 폐기에 관한 사항을 홈페이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합니다(아래 표 참조). 대기업은 2026년 7월 19일 이후 첫 회계연도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 공시하여야 합니다.
| 구분 | 내용 |
|---|---|
| 공시 대상 품목 | 의류∙액세서리, 신발, 가방∙지갑, 비누∙세제, 타이어, 가전제품, 가구∙매트리스, 장난감, 기저귀∙위생용품 등 |
| 공시 항목 | 폐기 제품의 개수 및 중량, 구체적인 폐기 사유, 폐기물 처리 방식, 폐기 방지를 위해 취한 노력(기부, 재판매 등) 및 향후 계획 |
| 폐기 금지 예외 사항 | 안전 기준/법규 위반, 지식재산권 침해, 라이선스 기한 만료, 재사용∙재제조 부적합, 제품 손상, 기능 불량 및 수리 불가, 기부 거절, 기부 받은 사회적 경제조직의 폐기, 재사용 준비 후 판매 실패 |
* 대기업: 직원 수 250명 이상; 또는 연 매출이 5,000만 유로를 초과하며 총자산이 4,3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
** 중간규모기업(medium-sized): 직원 수 50명 이상~250명 미만이며, 연 매출 1,000만 유로 이상 ~ 5,000만 유로 이하 또는 총자산 1,000만 유로 이상 ~ 4,300만 유로 이하인 기업
(2) 디지털 제품 여권(DPP) 인프라 구축
ESPR의 핵심 이행수단인 DPP 시스템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인프라 역시 2026년에 본격적으로 구축됩니다. 기업이 DPP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8개 핵심 표준 규격*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에는 ESPR의 기술적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든 산업이 동일한 DPP 기술 규격을 사용하는 수평적 표준화를 기반으로 하나, 추후 제품별 표준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나아가 2026년 7월 19일에는 EU 중앙 DPP 레지스트리가 가동됩니다. DPP 레지스트리는 EU 시장에 출시되는 DPP 적용 대상 제품의 고유 식별자와 DPP URL을 중앙에서 집중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기업은 제품 출시 전에 DPP 레지스트리에 제품 정보를 등록하여 ‘Unique Registration Identifier’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DPP 레지스트리를 통해 회원국 세관은 수입 통관 시 DPP 존재 여부를 자동으로 검증하며, 시장감시 당국은 ESPR 준수 여부를 파악하게 됩니다. 또한 2026년 중에 DPP 서비스 제공자 인증 위임법령이 채택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경우 추후 기업의 사업 중단이나 파산 등으로 인하여 DPP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인증받은 서비스 제공자의 백업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 8개 핵심 표준 규격: 고유 식별자, 데이터 캐리어, 접근권한 관리, 데이터 상호운용성, 데이터 교환 프로토콜, 데이터 저장 및 지속성, 데이터 인증 및 신뢰성,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표준화된 데이터 전송을 위한 접속 규격) 및 검색 가능성
(3) 추후 ESPR 이행 로드맵
2026년 중에 철강에 대한 ESPR 위임법령 채택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 에너지 소비, 물∙대기 영향 개선과 EU의 전략적 자율성 및 기술 혁신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합니다. 또한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의 적용을 받던 에너지 제품 중 가정용 식기세척기, 세탁기, 냉장고 등 19개 제품에 대해 ESPR 규제로의 전환 작업도 완료됩니다. 나아가 2027년에는 섬유/의류, 알루미늄, 타이어에 대한 위임법령이 채택되며, 2027년 2월부터 배터리 제품을 시작으로 DPP 제도가 시행됩니다. 또한 소비자용 전자제품 및 소형 가전을 대상으로 한 수리가능 점수(Repairability Scoring) 제도도 2027년에 도입됩니다.
4. 시사점
ESPR은 EU 역내에서 판매 또는 사용되는 제품과 그 부품 및 중간재 모두를 아우르는 규정으로,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제품군 별로 적용 시기나 세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대하여 ESPR이 언제부터 어떠한 내용으로 적용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또한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구성, 수리가능성, 재활용 가능성 등의 에코디자인 요건 반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2026년은 의류∙액세서리, 신발에 대하여 미판매 제품의 폐기가 금지되고 DPP 레지스트리가 가동되는 등 ESPR에 따른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해입니다. 미판매 제품의 폐기 금지 내지 폐기 정보 공시 제도 및 DPP 제도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되므로 기업들에게는 전반적인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특히 미판매 제품 폐기의 경우 2027년부터 공시 의무가 발생하므로 미판매 제품 처리에 대한 전사 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나아가 DPP 레지스트리 가동에 맞추어 제품의 성능과 기술뿐 아니라 환경 성과 데이터를 공급망 전체에서 수집할 수 있도록 공급망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ESPR 대응은 제품의 환경 영향 평가, 공급망 투명성, 데이터 수집 등 회사의 ESG 역량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단순한 규제 대응 측면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과제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