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일부개정안이 2026년 1월 29일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금번 개정안은 공포 후 시행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으나, 적극적인 증거 확보 수단이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 최초 도입되는 것이므로 시행 이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I.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주요 내용
이번에 상생협력법에 최초로 도입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의 증거개시제도(Discovery)와 독일의 전문가 조사제도(Inspection) 등을 참고한 것으로, 주된 내용은 상생협력법상 기술자료 유용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에 있어서 ① 전문가 사실조사, ② 법원의 자료 보전 명령, ③ 법정 외 당사자에 의한 신문(증언녹취 등)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전문가 사실조사(상생협력법 제40조의6, 7, 제43조 제5항)
⚬ 기술자료 유용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에 있어서 침해행위의 증명 또는 침해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증거확보를 위해 조사할 증거와 관련된 전문가 지정 ⇒ 상대방 당사자의 사무실 등에 출입하여, 상대방 당사자 등에게 질문하거나 자료의 열람·복사, 장치의 작동·계측·실험 등 필요한 조사 실시
⚬ 전문가는 기술심리관·조사관, 전문심리위원, 변호사, 변리사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람 중 1인 이상으로 지정(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1명 이상 반드시 포함)
⚬ 변호사와의 의사교환 내용 및 변호사가 수임 사건에 관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이하 “ACP”(attorney-client-privilege)}는 조사 범위 및 대상에서 제외됨
⚬ 전문가 조사결과보고서 법원에 제출 ⇒ 소송의 대상이 아닌 영업비밀이 조사결과서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제외 불가(단,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및 사람 지정)
⚬ 조사결과보고서에 대한 열람 등 신청시 조사 상대방 당사자 내지 제3자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신청당사자를 열람 등 대상자에서 제외 가능 (대리인인 변호사만 열람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미법상의 attorney’s eyes only와 유사)
⚬ 전문가 사실조사 거부·방해 또는 기피시 법원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 가능; 과태료 부과(법인- 1억원 이하, 법인의 임원, 종업원 등 - 5천만 원 이하) - 자료보전명령(상생협력법 제40조의11, 제41조 제2항)
⚬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 또는 제기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1년 범위에서 침해의 증명 또는 침해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 대하여 자료보전을 명할 수 있음.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1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 연장 가능
⚬ 법원은 위 명령을 하는 경우 자료 점유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함. 또한 자료보전명령으로 인한 자료 점유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신청인에게 담보 제공을 명할 수 있음
⚬ 자료보전명령의 대상이 되는 자료를 전자적 형태로 관리하고, 업무상 이유 등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자료 점유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현상대로 그 자료의 사본을 만들어 법원에 제출한 후 자료를 갱신할 수 있음
⚬ 자료보전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 법원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 가능; 자료보전명령을 위반하여 자료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당사자에 의한 신문(상생협력법 제40조의 12)
⚬ 기술자료 유용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에 있어서 법원은 양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위반행위 존재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사실, 자료의 검증에 필요한 사람(당사자 포함)을 대상으로 상호간에 신문하게 할 수 있음 ⇒ 법원사무관 등에게 진술인의 진술을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하도록 하여야 함
⚬ 법원사무관 등은 당사자에 의한 신문 완료 후 신문의 내용 등을 포함한 진술경과요약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
⚬ 양 당사자는 녹음물, 영상녹화물 열람·복사 가능, 녹음물, 영상녹화물의 전부 또는 일부, 이에 대한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 가능
⚬ ACP는 신문 범위에서 제외, ACP에 관한 진술은 녹음물 등에서 삭제 주장 가능
⚬ 신문절차 방해시 (i) 진술할 내용에 대한 상대방 당사자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 (ii) 진술할 내용의 구체적 주장이 현저히 곤란하고 진술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소명되는 경우 증명할 사실에 관한 상대방 당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
II. 영향과 시사점
위, 수탁기업간 기술자료 유용 관련 소송 리스크 대폭 확대
종전에는 수탁기업들이 소송 과정에서 위탁기업들의 기술자료 유용 사실을 증거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했으나 본 개정으로 인하여 전문가 사실조사, 자료보전명령, 당사자 신문 등 제도를 통해 위탁기업들의 내부 핵심 자료 및 인력에 대한 접근권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수탁기업들에게 위탁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주장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강력한 유인이 등장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수탁기업들의 위탁기업 상대 기술탈취 관련 소송, 행정상 신고 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분쟁의 증가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협력업체간 기술 유용 분쟁에서 입증 구조의 전환 및 문서 관리 체계의 중요성 증대
이번 개정의 핵심은 위, 수탁기업간 기술자료 유용 소송의 패러다임을 실질적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문가 사실조사와 자료보전명령 등을 통해 기업 내 핵심 서버와 연구소, 제조공장 등 현장이 직접적인 증거 확보의 장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증거 접근 방식이 사후적 자료 제출을 넘어 실시간 현장 검증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분쟁 발생 후 대응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협력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수취한 시점부터 기술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사전적 문서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에 유사 제도 도입 및 지식재산 침해 관련 민사소송에 증액배상제도의 적극 적용 가능성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에도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위 제도들과 유사한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들이 이미 다수 발의되어 심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인해 위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개정안도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위와 같은 소위 K-디스커버리 제도가 복수의 지식재산 보호 관련 법률들에 속속 도입됨에 따라, 법원은 손해액으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 또는 5배까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소위 ‘증액배상’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III. 대응 포인트
협력업체와의 분쟁 예방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위와 같은 사정으로 향후 위탁기업–수탁기업 간 기술 유용 관련 분쟁이 대거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위탁기업의 입장에서는 핵심 내부 자료 및 인력 등이 수탁기업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될 위험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술 유용 관련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이전 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므로 수탁기업과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특정 프로젝트 관련 수탁기업을 교체하는 것 등과 같이 기술자료 유용 관련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사안의 경우에는 이에 대해 수탁기업의 동의를 받는 등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분쟁 대비 기술자료 수취 및 관리 프로세스 점검
또한 향후 실제 분쟁 발생 가능성에도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선 기술 개발 및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협력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자료의 관리·활용·폐기 전반에 관한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점검 결과에 따른 체계적인 개선책도 모색하여야 합니다. 특히 위·수탁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수취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그 체결 및 자료 수취에 관한 기록을 명확히 남겨야 합니다. 아울러 자체 개발 기술과 수탁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 간의 기술적 분리 여부 및 개발·활용 이력 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기술 개발과 관련된 자료의 보존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여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자료의 삭제 또는 변경 이력이 기록·관리될 수 있도록 로그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최근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이 도입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상생협력법」 개정안 역시 이를 반영하여 전문가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에서 위 비밀유지권에 따라 보호되는 자료를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부 자료의 작성 과정에서 변호사의 관여 범위, 자료의 형식 및 관리 방식, 기재되는 내용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