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중공업은 1998년경 I사와의 계약내용에 따라, 해외업체에서 제작한 가스터빈 등을 구매하여 이를 공급·설치하는 열병합발전설비 공사를 수행하였는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스터빈의 압축기를 구성하는 블레이드(공기흡입을 위한 회전날개) 1개가 절손되어 탈락된 부분이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는 다른 블레이드 등을 손상시키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90억원이 넘는 보수비용이 발생하였습니다.
I사는 사설 전문기관에 사고원인조사를 의뢰하였고, 조사결과 블레이드 제작 당시부터 존재하던 미세균열이 발전하여 파단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오자, I사 및 보험금을 지급한 D보험회사는, H중공업을 상대로, 제조물책임 및 불법행위책임, 하자담보책임 등을 주장하며 수리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1심은 사설 전문기관의 조사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여, 이 사건 사고는 블레이드 제작 당시부터 존재하는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기 때문에 결함있는 제품을 공급한 H중공업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있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시효는 그 손해가 발현된 시점부터 기산한다는 이유로, H중공업에 대하여 9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항소심을 수임하여, ① 전문기관의 사고원인조사는 H중공업의 참여를 배제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 ② 조사보고서의 내용면에 있어서도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응력부식균열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제조상결함으로 단정한 점, ③ 블레이드 파단부위에 응력부식균열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고, 사고원인을 조사한 관련 자료에도 블레이드에서 부식성 물질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나왔음에도 조사보고서에는 부식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 ④ I사의 가스터빈 운영 이력이나 지형적 여건상 부식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 ⑤ 블레이드 파단면에 나타난 비치마크 무늬의 개수와 가스터빈의 가동이력을 비교할 때, 균열이 시작되어 파단에 이르게 된 기간은 2~3년에 불과하여 제조상의 결함이 10년 이후에 파단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 ⑥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제조물 책임은 물론 불법행위책임도 인정되지 않고, 이는 채무불이행이나 하자담보책임의 영역에 해당하나, 제조물 공급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시효가 모두 완성되었다는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여,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제조상 결함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이끌어 내었고, 그 외 법리적으로도 제조물책임 및 불법행위책임, 채무불이행 책임, 하자담보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아, 이로써 원고들의 청구가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자칫 H중공업의 책임이 인정되었다면, 제조물 공급 업체들로서는 10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위험을 떠안는 매우 불안한 지위에 있게 되는 선례가 될 수 있었으나, 법무법인 세종은 치밀한 사실관계 분석 및 법리전개를 통해 1심 판단 논거를 탄핵함으로써 1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하여 제조물 공급업체들이 제조물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장기간동안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불안한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