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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구조조정(회생∙파산∙워크아웃) 분쟁

회사정리절차와 신의칙의 관계

1997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덮친 IMF 위기사태는 많은 기업과 국민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미증유의 경제위기사태를 조기에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면서 여러 선진경제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이에 따른 채권자, 주주, 종업원 등의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대립되는 법률관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도산법 체계에도 많은 발전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IMF 사태 당시 도산한 기아자동차 및 아시아자동차의 정리절차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1997년 초, 한남투자신탁증권(“한남투신”)은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액면 1백억원의 약속어음을 매입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아자동차의 계열회사인 아시아자동차로부터 129억여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받았습니다. 그런데 IMF 위기사태로 인하여 기아자동차 및 아시아자동차는 1997.10. 부도를 맞게 되고 함께 회사정리절차개시를 신청하여 1998.4. 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기아자동차의 채권자인 한남투신은 채권신고를 하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남투신은 채무자인 기아자동차로부터 제3자인 아시아자동차 발행의 어음을 담보로 제공받았는바, 채권신고과정에서 이와 같은 제3자 발행의 어음이 양도담보로 제공된 채권(이른바 “어음담보부 채권”)의 정리절차에서의 법적성질이 정리담보권인지, 정리채권인지의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는 제3자 발행의 어음은 형식적으로 보면 물적 담보이지만(이 때 회사정리법 제123조의 정리담보권 규정이 적용됨), 실질적으로는 주채무자의 채무불이행시 제3자가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제공된 것으로서, 인적 담보로 볼 수 있지 않느냐(이 때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의 정리채권 규정이 적용됨)라고 하는 당시 치열한 학설의 대립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이 때 채권자는 일단 채권자에게 일반적으로 변제조건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리담보권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통합관리인은 어음담보부채권은 정리채권으로서 정리담보권 신고를 받아줄 수 없고 정리채권으로 번복신고를 하라고 종용하여, 채권자는 어쩔 수 없이 위 채권을 다시 정리채권으로 번복신고하였습니다(통합관리인은 이러한 정리채권 번복신고를 이의없이 시인하였습니다). 그 이후 채권자는 다시 아시아자동차 발행 어음채권을 아시아자동차의 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위 통합관리인은 이 역시 이의없이 시인하였습니다. 이후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는 합병을 하였고, 합병회사는 이후 수년간 기아자동차 및 아시아자동차의 정리계획에 정해진 채무변제조건을 정리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채권자에게 아무런 이의도 없이 성실히 이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어음담보부채권의 법적성질은 물적 담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통설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에 근거한 하급심 판결도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기아자동차는 위 채권의 양수인인 푸르덴셜자산운용(“푸르덴셜”)을 상대로 하여 어음담보부채권은 물적담보로서 정리담보권인데, 채권자가 정리담보권 신고를 하지 않고, 정리채권신고만을 하였으므로 신고되지 않은 담보권(아시아자동차 발행어음)은 회사정리법 제241조에 따라 실권되었는바, 이와 같이 실권된 아시아자동차 발행어음을 채권자가 아시아자동차에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여 변제를 받아간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푸르덴셜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푸르덴셜 측을 대리하게 된 법무법인 세종은, 어음담보부채권을 정리담보권으로서 보는 것이 현재의 통설과 판례라는 점에서 일단 의뢰인인 푸르덴셜이 유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 다음, 채권자가 먼저 정리담보권 신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인 기아자동차 측에서 정리담보권 신고를 거부하고 정리채권 신고를 종용하여 채권자가 어쩔 수 없이 정리채권 신고를 하게 된 점에 착안하여 이를 “금반언의 원칙”의 문제로 치환하여 다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즉, 원고가 번복신고 종용의 주체라는 점을 중심축으로 하여, 통합관리인이 아시아자동차 발행어음의 정리채권 신고를 이의없이 수용한 점, 그 후 정리절차 종결시까지 수년간 아무런 이의없이 변제조건을 이행한 점 등을 강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정리절차 종결 이후 수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말을 바꾸어 정리담보권 미신고의 귀책을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변론을 정교하게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무법인 세종의 적극적인 변론활동에 따라, 1심 법원 및 2심 법원, 그리고 2009.11.26.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모두 어음담보부채권은 정리담보권이 맞지만, 기아자동차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판시하여 채권자인 푸르덴셜의 전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수 이해관계인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회사정리절차(현재의 기업회생절차)에서의 대부분 법률규정은 신의칙의 적용과는 거리가 먼 강행규정이 대부분이라고 설명됩니다. 나아가 다른 일반적인 민사사건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의칙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 세종의 도산팀은 이 사건에서 예외적으로 신의칙이 적용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타당성 있는 논리를 명확히 전개함으로써 애초 시작단계에서 통설과 판례에 의해 불리하였다고 본 사건을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전부 승소하는 쾌거를 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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