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전 A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A건설로부터 사업추진비를 대여받았습니다. 이 때 추진위원회와 A건설은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공사도급 가계약에는 A건설이 시공사로서 공사를 도급받는다는 내용 외에도 추진위원회에 사업추진비를 대여한다는 내용 및 추진위원회 임원들이 추진위원회의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의 위축으로 재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추진위원회가 와해상태에 빠졌고, 이에 A건설은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추진위원회 임원들을 상대로 대여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1심은 “시공사의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이며 추진위원회는 시공사를 선정할 권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6298 판결)에 근거하여, “추진위원회가 행한 시공사 선정 결의가 무효인 이상 A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사도급 가계약은 무효이며, 공사도급 가계약에 포함된 A건설과 추진위원회 임원들 사이의 연대보증계약 또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항소심에서 A건설을 대리하여, A건설과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이 ‘도급계약’의 명칭을 갖고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공사도급계약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성질을 모두 가진 혼합계약이므로, 공사도급계약 부분이 무효라 하더라도 일부무효의 법리에 의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를 개발하여 적극 변론하였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 판결은 “공사도급 가계약에 도급에 관한 내용과 소비대차에 관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구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은 조합 설립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 조합 설립 이전의 추진위원회가 체결하는 사법상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효력까지 규율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금전소비대차계약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건설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상고심 또한 추진위원회 임원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과거 추진위원회가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이른바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로부터 사업추진비를 대여받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추진위원회의 시공사 선정 결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공사도급 가계약에 의한 사업추진비의 대여까지 무효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하급심 판례의 태도가 엇갈리고 있었는데, 이번 사례를 통해 시공자 선정 결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사업추진비 대여는 유효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정비사업이 좌초된 경우에도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 연대보증인을 통하여 대여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하겠습니다.